조선 순조 때 심전(心田) 박사호(朴思浩)가 쓴 사행 일기이다. 순조 28(1828) 당시 강원 감영의 비장(裨將)이었던 지은이가 사은 겸 동지사(謝恩兼冬至使)를 따라 청(淸) 나라에 다녀오면서 보고 느낀 내용을 기록한 일기이다.
조선 사신의 수행원 자격으로 중국에 가서, 명망 있는 이들과 지기가 되어 학문을 토론하고 시문과 서찰을 주고받은 일 등은 당시의 한중 문화 교류 모습을 잘 보여준다.
4권 4책으로 분권(分卷) 분책(分冊)되어 있으나 권차(卷次)는 적혀 있지 않다. 10항 20자, 종서(縱書)로 된 유일의 필사본이다. 『연계기정(燕薊紀程)』은 저자의 호를 따서 붙인 『심전고』의 권1에 해당한다.
『연계기정』은 무자년 10월 25일 서울을 출발, 이듬해 기축년 4월 4일 복명할 때까지 총 158일 간의 노상 또는 관소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적은 일기이다.
일기의 체재는, 먼저 날짜를 제목하여 별항하고, 날씨, 지명, 이수(里數), 역참(驛站), 숙참(宿站)을 기본적으로 쓰고, 다음에 그 지방의 연혁, 고사, 고적, 인심, 풍속, 인물, 관방(關防), 산천, 승경 등을 필요에 따라 전거를 내어 자세히 기술한 다음 자기의 의견을 밝혀 논평하였으며, 또 선배가 지은 시문 중 그 지방과 관계있는 것을 인용하여 그 사실을 더욱 확충하는 동시에 더러는 차운하여 자기의 소감도 밝혔다. 본서에서 선배의 연행기록을 많이 참고하였으되, 주로 노가재(老稼齋) 김창업(金昌業)의 『연행일기(燕行日記)』와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인용하고 있다.
사행 임무 수행에 있어서의 기록은 비교적 적은 반면, 연희(演戱) 기록 등 개인의 유람한 기록과 중국 명사들과의 시문(詩文)으로 토론한 것을 주로 기록하고 있어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