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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사행 단계

여정기

먼지가 날리고 찬바람이 부는 고단한 여정의 시작

「평양감사향연도」, <연광정연회>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행단에게 연희를 베풀었던 연광정

한양에서 의주까지 잘 닦여진 길과 깨끗한 숙소, 지방관들의 융숭한 대접을 누리던 사행사들에게 압록강을 건너 북경까지의 길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평양감사향연도」, <부벽루연회>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떠나는 사행단에게 연희를 베풀던 부벽루

짧으면 석 달, 길면 반년이 걸리는 긴 여정은 여러 가지 불편하고 괴로운 일이 일어났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안개가 자욱했고, 안개가 걷히는 낮이 되면 요동벌의 먼지가 살 속으로 파고들고, 저녁부터는 북방의 찬바람이 뼛속으로 사무쳤다.

언덕과 물의 연속, 동팔참

구련성에서 요양까지의 동팔참은 언덕과 물의 연속이었다. 특히 마천령과 청석령의 두 고개는 하루에 넘어야만 했다. 또한 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강을 건너야 했다. 눈이 가득 쌓인 고개를 넘다보면 수레바퀴는 미끄러져 길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얼어붙은 강도 얼음이 깨지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움직여야 했다.

늪과 개펄로 하루 10리 길밖에 가지 못하는 일판문~이도정 구간

심양에서 신민(新民)을 지나 만나는 일판문(一板門)과 이도정(二道井) 구간은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강물이 사방으로 흘러 넘쳐 늪으로 변했고, 얼어붙은 땅이 녹는 봄에는 개펄처럼 푹푹 빠져 하루에 겨우 10리 밖에 못가는 악명 높은 구간이었다.

연산역과 고교보 구간에서 물이 나빠 고생한 조선 사신들

중국인들은 본래부터 수질이 좋지 않아 차(茶)로 물을 마시는데 비해, 조선 사람들은 생수를 마신다. 중국과 요동과 하북 지역은 물이 좋지 않은데, 특히 지금의 진황도(秦皇島) 부근에 있는 연산역(連山驛)과 고교보(高橋堡) 구간은 가장 심했다. 많은 조선 사신들이 이 지역을 지나면서 물에 대한 고통을 남기고 있다.

먼지와 모래바람으로 고생한 계주~북경 구간

계주(薊州)에서 북경까지의 지역은 먼지가 많아 하늘이 깜깜할 지경이라고 했다. 서북쪽의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黃砂]의 위력은 지금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