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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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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구경을 하다
줄거리

정월대보름의 등불 구경은 중국의 좋은 구경꺼리이다. 사흘 밤을 통행금지를 풀고 음악소리가 아침까지 이어진다. 설을 지나면 집집 마다 등을 달아 놓는데 벼슬아치 집과 민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 따라 등의 많고 적음과 좋고 나쁨이 달라진다. 섣달그믐부터 종이총을 놓기 시작하는데 온 장안에 폭발하는 소리가 사격창처럼 울려와서 사람이 잠을 편히 잘 수 없다. 이는 나희 때 악귀를 쫓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 같다. 보름밤 서종맹의 집에 가니 의자 3개를 문 앞에 두고 사행을 앉으라고 청했다. 그는 차를 내어다 차려놓고 화포놀이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통 안에서 불꽃이 튕겨나와 공중으로 불을 뿜어올렸다. 어떤 것은 공중에서 다시 터지는 소리를 내며 4~5개의 불덩이를 옆으로 쏘아 보냈다. 이것이 마치 유성처럼 보였다.

번역문

원소(元宵)의 등불 구경은 중국의 좋은 구경꺼리이다. 사흘 밤을 통행금지를 풀고 음악소리가 아침까지 계속되어 태평을 장식한다. 설을 지나면 앞문 밖의 등시(燈市)가 붐비기 시작한다. 열흘이 지나면 성 안팎으로 집집마다 등이 달려 있다. 다만 막대에 다는 것이 아니고 지붕 처마에다 단다. 바깥문에서 안채까지 다는데, 많고 적은 숫자와 좋고 나쁜 차이는 벼슬아치 집과 민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다만 시장의 점포들은 서로 많고 좋은 것을 자랑으로 삼기 때문에, 개중에는 사람들이 보고 놀랄 정도로 휘황찬란하게 수십 개씩 달아 둔다.
섣달그믐부터 종이총을 놓기 시작한다. 온 장안에 폭발하는 소리가 사격장처럼 울려와서 사람이 잠을 편히 잘 수 없다. 종이총이란 종이를 풀로 붙여 통을 만들고, 그 안에 화약을 재어 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것이라 해도 무섭게 울리는 소리가 조총과 다름없다. 나희(儺戲) 때 악귀를 쫓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 같다.
그 밖에 유성(流星)ㆍ매화(梅花)ㆍ반사(盤蛇)ㆍ분수(噴水)ㆍ파대성(破大城)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개중에는 길이가 몇 자나 되고 크기가 한아름이나 되는 것도 있다. 잠깐 사이의 쾌락을 위해 던지는 비용이 어떤 것은 하나에 4〜5냥씩이나 든다고 한다. 그러니 대궐 안에서의 불붙이는 기구와 귀족들의 밤을 새기 위한 놀이비용이 얼마나 엄청날 것인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사행은 관에 머물러 밤에는 나가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는 통에 아무리 보름밤이라고 해도 이전부터 대대로 등불 구경을 나가지 못하였다 한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에는 혹 외출이 허락되기도 하였다. 아문에 부탁을 했더니 서종맹(徐宗孟)이 자기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였다. 또 자기 집 앞에 화포를 만들어 두었으니 사행도 같이 한번 보도록 하라고 하였다.
보름밤은 바람이 크게 불어 나가지 못하였다. 이튿날 첫 어둠이 들 무렵 사행을 따라나섰다. 호위무장과 통역 등 30여 명이 뒤따랐다. 달이 낮처럼 밝은데 성을 돌아 서쪽으로 서종맹의 집까지 갔다. 그는 의자 3개를 문 앞에 놓아두고 사행을 앉으라고 청하였다. 차를 내어다 차려놓고 화포놀이를 보여 주었다.
먼저 작은 나무의자를 길 남쪽에다 놓고 붉은 종이통 하나를 세운 다음 불을 붙이고 물러나왔다. 조금 있으니 통 속이 온통 뒤끓는 소리를 내며 불꽃이 튕겨 나왔다. 수백 줄기의 금빛이 공중을 향해 어지럽게 날아올랐다. 조금 뒤 통이 마디마디 터져 땅으로 떨어지며 4〜5개의 짧은 화포로 변하였다. 그것이 일시에 조금 전 모양으로 불을 뿜어 올렸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꼭꼭 큰소리를 내고 그쳤다. 떨어져 나가고 남아 있던 것은 마지막에 가서 더욱 큰소리를 내며 불덩이를 사방으로 뿜어내고 꺼졌다. 또 1개를 놓았는데, 큰 통 속에 4〜5개의 작은 통을 집어넣은 것이었다. 불을 뿜고 마디마디 터져 떨어져 나가는 것은 처음과 같았다. 그러나 중간쯤 가서 갑자기 불덩이가 튀어나오는데, 크기가 주먹만 한 것이 하늘 높이 불화살[火箭]처럼 날아올랐다.
또 1개는 불을 뿜어 올리는 것은 먼저와 같은데, 어떤 것은 공중에서 다시 터지는 소리를 내며 4〜5개의 불덩이를 옆으로 쏘아 보냈다. 이것이 마치 유성처럼 보였다. 또 하나에다 불을 붙여 손으로 흔들었다. 그랬더니 불덩이가 땅으로 떨어지며 굉장한 소리를 냈는데, 떨어지며 소리 내기를 계속 수십 번을 하고 그쳤다.
또 하나는 마디마디 터져 떨어져 나가는데, 그것을 들고 왔다갔다하면 마치 수십 마리 불뱀이 서리고 있는 것처럼 날카로운 불빛이 땅에 가득해 보였다. 각종 화포가 터져나갈 때면 10여 보 밖에까지 무서운 소리가 울려와서 가까이 할 수가 없었다. 역시 색다른 구경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종이총 놀이가 천하에 골고루 퍼져 있고 공사의 비용이 이러하니, 중국에 화약이 얼마나 풍부한가를 알 수 있다.
구경을 마친 다음 소로를 거쳐 북쪽의 대로로 나왔다. 그러나 거마와 구경꾼들로 길이 콱 막혀 갈 수가 없었다. 길 좌우 붉은 창과 수놓은 문들에 수천 수백의 구슬들이 서로 부딪치며 환하게 밝아 있어 단청이 한결 더 빛나 보였다. 그 통에 달마저 빛을 잃고 말았다. 승평의 성사(盛事)요, 천하의 승상(勝賞)이라 할 만 하였다. 모든 낭당(廊堂)과 불사(佛寺)들은 깃대에다 등을 달아 놓았다. 그것을 멀리서 보면 반짝반짝 하는 것이 별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의 풍속도 여기서 온 것 같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