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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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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놀이를 구경하다
줄거리

마술을 구경하는데 고리연결, 검을 목구멍에 꽂고 다시 빼기, 찢어진 종이에 불을 붙여 씹어 삼키기, 톱밥을 삼킨 뒤 토해내기, 저글링, 종이를 계속 입에서 뽑아내기 등 위험하고 진기한 마술을 보았다. 또 한 만주인이 큰 호랑이 하나를 길러 목을 매어 가지고 와 재주를 보여주었다. 주인이 나무 막대기로 땅을 치며 주문을 외우자 호랑이는 펄쩍펄쩍 뛰기도 하고, 엎드려서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누워서 발로 재롱을 떨기도 하고, 일어서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앞발로 주인이 들고 있는 나무 막대기를 움켜지기도 했다. 그 주인이 모자를 벗고 맨머리로 호랑이 입 안에 대거나 팔뚝을 그 입 안에 넣으면 호랑이는 혀를 내밀어 핥는다. 또 손으로 호랑이의 머리를 들고 입을 맞추었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

번역문

마술을 구경하였다. 큰 주석 고리 7개를 가져다가 두 손에 들고 있었다. 이때는 각각이 독립된 고리였고 본래 서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으며 또 고리에는 틈도 없었다. 그런데 두 손으로 받들어 합하니 그 고리가 저절로 서로 연결되어 차례차례 이어졌다. 다시 두 손으로 받들어 나누니 그 고리는 전과 같이 나뉘어졌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나누어지기도 하고 합해지기도 하는 것이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또 한 자가 넘는 긴 포검(蒲劍) 하나를 가져다가 입에 머금었던 물을 칼날에 뿌린 뒤 얼굴을 치켜들고 눈을 감은 채 곧장 목구멍에다 꽂아 넣었다. 차차 꽂아 내려가면 그 자루까지 아주 들어가 버렸다. 조금 있다가 도로 빼내는데 차츰차츰 빼내면서는 빼기 힘들어하는 얼굴빛까지 보였다.
또 조각조각 찢어진 종이에 불을 붙여서 불꽃을 활활 태운 다음, 입을 벌리고 수염을 제치며 불타는 종이를 입에 집어넣고 오래도록 씹으면서 자기 볼을 때리고 목구멍을 문질러 삼키는 모습을 보였다. 다 삼킨 뒤에는 또다시 불타는 종이를 가져다가 삼키는 짓을 4~5 번 정도 하였다. 그 후에는 또 톱밥 두어 주먹을 입에 넣어 두 볼이 가득하게 한 다음, 조금 뒤에 입을 벌려 토하는데, 검은 연기가 꾸역꾸역 나고 잇달아 불덩어리가 톱밥을 따라 나와 붉은 불꽃이 그치지 않았다. 톱밥을 다 토한 후에는 다시는 연기나 불이 없고 또 입술이 타거나 수염을 그슬린 흔적도 없었다.
또 나무로 만든 둥글고 큰 공 3개를 주먹에 쥐고 한 손으로는 던지고 한 손으로는 잡고 하여 3개가 서로서로 왕래하며 잠시도 끊어지지 않았다. 혹은 공 한 개를 입에 물거나 턱 밑에 넣고 나머지 두 공은 여전히 멈추지 않게 하는데, 손놀림이 마치 귀신같아서 결코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 없다. 또 종이 두어 장을 가늘게 찢어 입 속에 넣고 깨물어 삼킨 뒤 입을 벌리고 혀를 내둘러서 입 안에 아무것도 없음을 보였다. 잠시 후 입에서 한 줄기 종이를 뽑아내는데 쭉 이어져서는 끊어지지 않았다. 가져다가 보았는데 모두 이어져 있었으며 또 물기도 없었다. 이밖에도 다양한 잡기(雜技)가 많았으나 다 기록할 수 없다.
또 한 만주인이 큰 호랑이 하나를 길러서 쇠사슬로 목을 매어서는 우리 속에다 넣어 가지고 왔다. 뜰 가운데에서 우리를 열고 쇠사슬로 끌어내려는데 호랑이가 나오려 하지 않아서 물 한 사발을 먹이고서야 끌어 낼 수 있었다. 큰 쇠못을 땅속에 깊이 박고 거기에 쇠사슬을 매고도 그 주인은 쇠사슬을 붙잡고는 잠시도 놓지를 못했다. 호랑이의 키는 두 자나 되고, 길이는 한 발[把]이 넘으며 전체에 누렇고 긴 줄무늬가 있다. 모양은 고양이 같은데 중간 크기의 호랑이는 됨직하다.
그 주인이 나무 막대기로 땅을 치며 주문을 외우자 호랑이는 그 말에 따라 펄쩍펄쩍 뛰기도 하고, 혹은 엎드려서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혹은 누워서 발로 재롱을 떨기도 하고, 혹은 일어서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혹은 앞발로 주인의 들고 있는 나무 막대기를 움켜쥐기도 하였다. 때때로 아가리를 벌려 포효하는데, 우레 소리같이 컸다. 우리나라 사람이 그 앞을 지나가자 문득 머리를 들고 소리를 지르니 매우 위험하고 두려웠다. 그 주인이 모자를 벗고 맨머리로 호랑이 아가리에 대거나, 팔뚝을 그 아가리에 넣으면 호랑이는 혀를 내밀어 핥는다. 또 손으로 호랑이의 머리를 들고 그 입을 맞추었다. 차마 바로 볼 수가 없었다. 들으니 길들여 기른 지가 4년이 되었는데 길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원숭이 놀리듯 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