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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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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다
줄거리

서반들은 가난한자들이 많아 사신 일행이 갈 때면 서책이나 붓, 묵의 매매는 모두 서반들이 주도하여 그 사이에서 거간꾼 노릇을 하면서 그 남은 이익을 먹었다. 또한 역관들이 그 관청의 비밀을 알려고 들면 반드시 서반을 통해야 했다. 그러므로 이들은 일부러 신기하게 꾸미거나 괴상한 이야기로 역관들의 남은 돈을 가로챘다. 이들이 적어준 요상하고 괴이하고 곧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징조에 대한 기록을 역관이 받아다 사신에게 바친다. 서장관은 이를 정리해 가장 믿을 만한 사실이라하여 별단에 써서 임금께 아뢴다. 임금께 아뢰는 보고처럼 근엄하고 중요한 일에 이토록 함부로 돈만 허비하여 허황되고 맹랑한 말들을 사서 보고하는 자료로 삼는 일을 100년 동안이나 지속해온 것이었다.

번역문

북경에 사는 하층 사람들은 글자를 아는 자가 매우 드물었다. 각 관청의 하급 서기인, 이른바 필첩식(筆帖式)과 서반(序班)들 중에는 남쪽 지방의 가난한 집 아들이 많았다. 그들은 얼굴이 초라하고 야위어서 하나도 풍후한 자가 없었다. 비록 봉급을 받기는 하지만 매우 적어서 만 리 타향에서 생계가 쉽지 않으니, 가난하고 군색한 기색이 얼굴에 난 것이다. 우리 사신 일행이 갈 때면 서책이나 붓과 묵의 매매는 모두 이 서반들이 주도하여 그 사이에서 거간꾼 노릇을 하면서 그 남은 이익을 먹었다.
그리고 역관들이 그 관청의 비밀을 알려고 들면 반드시 서반을 통해야 했다. 그러므로 이들은 크게 거짓말로 알리는데, 일부러 신기하게 꾸미거나 모두 괴상망측한 이야기로 역관들의 남은 돈을 가로챈다. 현재의 정치상황을 물으면 아름다운 업적은 숨기고 나쁜 것들만으로 이야기를 꾸미었다. 그 실례로 역대에 있지도 않았던 천재(天災)와 변고와 요사스러운 사람과 괴이한 사물 등을 모았으며, 심지어 국경에서의 전쟁과 백성들의 원망에 이르기까지, 아주 소란한 것처럼 극도로 묘사하여서 마치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징조가 곧 닥친 것처럼 과장해 기록해서 역관에게 준다.
그러면 역관은 이것을 사신에게 바친다. 서장관이 이를 정리하여, 듣고 본 중에 가장 믿을 만한 사실이라 하여 별단에 써서 임금께 아뢴다. 그 거짓되고 부실함이 이 정도였다. 임금께 아뢰는 보고처럼 근엄하고 중요한 일에 이토록 함부로 돈만 허비하여 허황되고 맹랑한 말들을 사서 보고하는 자료를 삼는다는 말인가? 사신이 북경에 자주 드나든 지 100년 동안 겨우 이런 일들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염려되는 일은 이 따위 문서를 불행히 잃어버려서 저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 피해가 과연 어떠하겠는가? 이번 열하(熱河)에 오고 가는 일로 말한다면 모두 눈으로 직접 본 것들이어서 아주 사실적인 기록이었다. 그렇지만 먼저 보내 드린 장계(狀啓) 끝에 덧붙여 보고한 1〜2가지의 사건 중에는 언급해서는 안 될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에, 압록강을 건너기 전에는 줄곧 걱정이 들어서 조마조마 하였다. 내 생각에는 저들의 정세에 대해서 조사한 것들은 그 신빙성을 가리지 말고, 장계 끝에 붙여 아뢸 때 모두 한글[諺書]로 쓰고 장계가 도착하면 승정원에서 다시 번역하여 임금께 올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