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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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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의 임무를 완수하고 보고하다
줄거리

사행의 임무를 완수한 내용을 임금께 아뢰었다. 황제의 건강과 정령에 대해 말씀 드렸다. 주상께서 황제와 사신단이 이야기할 때 누가 통역했는지를 물었을 때 통관이 통역을 하였다고 대답하였다. 황제가 사신단을 재차 불러 긴 말을 하고자 하며 만주어나 몽고어를 할 줄 아는 자가 있는지를 묻자 데려오지 않았다고 대답했더니 황제가 매우 답답해 했음을 임금께 아뢰었다. 역관들이 만주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여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대답한 것이었다고 아뢰었다. 임금께서는 역원에 책임이 있으므로 이 사안을 조목별로 제시하면 특별히 해당 관청인 역원에 주의를 주겠다고 하셨다.

번역문

사행의 임무를 완수한 내용을 임금께 아뢰었다.
주상전하께서 희정당(熙政堂)에서 우리를 불러보시고 말씀하시었다.
"그대들은 복이 많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압록강을 건넜을 때에 종묘와 사직의 큰 경사를 들었고, 열하(熱河)에 도착하여서는 좋은 소식을 황제에게 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황제의 말씀이 정중하였으며 자문(咨文)으로 청한 것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여러 번의 만수연(萬壽宴) 자리에 올랐으며 자유롭게 서산(西山)의 좋은 경치를 관람하였다. 게다가 옥으로 만든 술잔을 황제께서 친히 그대들에게 주시기에 이르렀으니, 더욱 예전에 없었던 특별한 은총이다. 나는 그대들이 연행을 다녀와 올린 장계(狀啓)을 보고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황인점(黃仁點)과 서호수(徐浩修)는 일어나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하늘의 돌보심과 선조들의 묵묵한 도움으로 원자가 탄생하는 행운을 만났고, 그로인해 나라에는 종묘의 제사를 주장할 일을 의탁할 곳이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오직 우리 주상전하의 크신 덕이 하늘의 마음을 잘 향유하여 이 큰 경사를 얻으신 것입니다. 신 등이 봉황산(鳳凰山)에 이르렀을 때에 공손히 길한 소식을 받들어 일행이 머리를 모아 편지를 열고 기뻐서 뛰며 춤추었습니다. 변문(邊門) 안의 통관과 관원의 무리들도 모두 왁자지껄하며 와서는 역관에게 축하하였습니다. 백성의 떳떳한 마음이 모두 그러한 것으로서 국경의 구별이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상폐하가 말씀하시었다.
"황제의 건강은 어떠하며 정령(政令)은 어떠하던가?"
황인점이 아뢰었다.
"얼굴 모습은 60여세의 사람 같았고 보는 것과 듣는 것, 그리고 걷는 것도 또한 청년 못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령은 전에 비하여 자못 해이해졌습니다. 화신(和)을 총애하여 그 권세가 지나치게 무거워 민심이 매우 답답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호수가 아뢰었다.
"화신은 비록 권세가 매우 크나 내각의 수장인 아계(阿桂)는 청렴하고 검소하며 단아하여서 백성들의 기대를 크게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황제 또한 그에 대한 대우가 이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의 힘을 입어 조정이 유지된다고 합니다."
주상폐하께서 말씀하시었다.
"과연 큰 띠를 드리우고 홀(笏)을 바로 하여 안색과 말소리를 내지 않고도 천하를 가져다가 태산처럼 안정된 곳에 둘 만한 기상이 있던가?"
서호수가 대답하였다.
"반드시 그의 덕과 도량이 능히 그와 같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이 10여 일 동안의 잔치 자리에서 여러 번 더불어 상대하면서 그의 모습을 살펴보니, 단정하고 조심스럽고 정중하여 재상의 풍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신에 대해서도 조금도 아첨하거나 굽히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그에게 달려 나아가서 말을 붙이곤 하였습니다. 그가 안으로 지조를 지킴이 있다는 것을 헤아려 알 수 있었습니다."
주상전하께서 말씀하시었다.
"황제가 그대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에 누가 통역하였는가?"
서호수가 대답하였다.
"통관이 통역한 말을 예부 상서가 전하여 아뢰었습니다. 그러나 황제가 재차 신 등을 불러 보고 긴 말을 하고자 하면서 만주어나 몽고어를 할 줄 아는 자가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신 등이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대답하였더니, 황제가 매우 답답해했습니다. 아마도 대국을 섬기는 일 중에 가장 긴급하고도 절실한 것이 바로 만주어를 구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원의 만주족에 대한 연구는 점점 예전만 못하여지고 있습니다. 신들이 이번 사행에 데리고 간 이혜적(李惠)은 이름은 비록 만주족에 대한 연구를 했다고는 하나 으레 쓰는 말도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주상폐하께서 말씀하시었다.
"이것은 역원에서 권장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그대들이 이제 이 사안을 조목별로 제시하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과인이 재가를 내려서 특별히 해당 관청인 역원에 주의를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