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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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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중국어를 쓰다 숙소 주인에게 욕을 당하다
줄거리

의주에 새로 지은 절을 보러 가는데 김창엽도 따라왔다. 구경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했는데 저녁상에서 고기 한 접시를 물려서 주인에게 주었더니 주인이 아주 고마워했다. 주인의 아내에게 밥을 주었더니 기쁜 낯빛을 했다. 이때 사행단을 경호하는 무관인 비장들은 모두 바깥 행랑채에 있었다. 김중화는 한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는데, 주인에게 중국어로 "니 라이라이(來來)!"라고 했다. 그러자 주인은 몹시 화를 내면서 김중화를 캉 아래로 끌어내려서 마구 두들겨 패려 하였다. 여러 사람이 애써 사죄하며 해명하고, 부시 1개를 주고서야 비로소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아내를 '나이나이(嬭嬭)'라고 부르는데, '라이(來)'와 '나이(嬭)'는 음이 서로 비슷하므로 '라이'를 두 번 연거푸 말해서는 안 된다. 주인은 김중화가 자기의 아내를 부르는 게 자기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화를 낸 것이었다. 김중화는 이 일로 일행에게 조롱거리가 되었다. 김중화는 이때부터 그 주인을 만나면 입을 닫고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번역문

의주 군관이 마부인 원건(元建)이 부근에 새로 지은 절이 있는데 아주 멋지다고 해서 찾아가보려고 발길을 옮겼다. 그러자 김창엽(金昌曄)도 따라왔다. 절은 시가지에 있었는데, 작지만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정문으로 들어가서 이중 구조로 된 건물을 통과하여 뒷문으로 나오자 바로 큰길이었다. 상점에 들어가 보았다. 탁자 위에 물건들이 쌓여 있었는데 잘 정돈되어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조금 쉬다가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상에서 고기 한 접시를 물려서 주인에게 주었더니 주인이 아주 고마워했다. 주인의 아내가 내 밥을 먹고 싶어하길래 주었더니 주인의 아내는 기쁜 낯빛을 내보였다.
이때 사행단을 경호하는 무관인 비장(裨將)들은 모두 바깥 행랑채에 있었다. 김중화(金中和)는 한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는데, 주인에게 중국어로 한 마디 했다.
“니 라이라이![來來: 이리 오너라]”
그러자 주인은 몹시 화를 내면서 김중화를 캉 아래로 끌어내려서 마구 두들겨 패려 하였다. 여러 사람이 애써 사죄하며 해명하고 또 부시[花峯鐵] 1개를 주고서야 비로소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아내를 ‘나이나이[嬭嬭]’라고 부르는데, ‘라이[來]’와 ‘나이[嬭]’는 음이 서로 비슷하므로 ‘라이’를 두 번 연거푸 말해서는 안 된다. 주인은 김중화가 자기의 아내를 부르는 게 자기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화를 낸 것이었다. 김중화는 이 일로 인해서 일행에게 조롱거리가 되었다. 김중화는 이때부터 그 주인을 만나면 입은 닫고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으니, 더욱 우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