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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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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2알 때문에 싸움이 되다
줄거리

관왕묘에 난간 밑에서 말리고 있던 오미자를 무심코 두어 알 주워서 입에 넣었다. 한 중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 별안간 화를 버럭 내고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 마침 말몰이꾼 춘택이 담뱃불을 붙이러 들어섰다가, 그 꼴을 보고는 화를 내면서 계속 그 중 앞으로 다가서며 우리 영감께서 그저 몇 알 씹어 침을 돋으려 하신 것인데, 양심 없는 까까중놈이 이게 무슨 꼴이냐고 소리쳤다. 중은 모자를 벗어 던지고 너희들 영감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며 앞으로 와서 따졌다. 춘택이 곧 그의 뱜을 한 대 치고 이어서 우리말로 심한 욕설을 계속 퍼부었다. 중이 그제야 손으로 뺨을 만지며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춘택에게 소리를 질러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했다. 춘택은 되려 분을 이기지 못해 그자리에서 싸워 죽이고 말 기세였다. 다른 중 한 사람은 웃음을 머금은 채 편을 들지도 않고, 말리지도 않았다. 춘택은 다시 주먹을 들어 그 사람을 두들겨 엎으며 우리 영감께서 이 일을 황제께 여쭙는다면 네놈의 대가리가 쪼개져 버릴 것이라 호통을 쳤다. 춘택은 중이 계속 따지고 들자 쉴새 없이 욕지거리를 했는데, 허세를 부리면서 걸핏하면 황제 폐하를 팔아댔다. 그 중은 정말 춘택을 두려워하여, 황제 폐하라는 말을 듣자마자 마치 우레소리를 들은 귀신을 본 듯 벌벌 떨 뿐이었다. 춘택이 벽돌을 하나 뽑아서 중에게 던지려 했다. 두 중은 별안간 웃음을 지으며 달아나 숨어 버렸다가 곧 웃는 얼굴로 나와 산사 두 개를 바치며 청심환을 요구한다. 내가 청심환 1알을 주었더니, 중은 머리를 무수히 조아렸다.

번역문

관왕묘(關王廟)에 살고 있는 중은 겨우 둘뿐이었다. 난간 밑에는 오미자(五味子) 두어 섬을 말리고 있었다. 내가 무심코 두어 알을 주워서 입에 넣었다. 한 중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가 별안간 화를 버럭 내고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 그의 행동이 몹시 사납고 거칠어서, 나는 곧바로 일어서서 난간 옆으로 비켜섰다.
마침 말몰이꾼 춘택(春宅)이 담뱃불을 붙이러 들어섰다가, 그 꼴을 보고는 화를 내면서 계속 그 중 앞으로 다가서며 소리쳤다.
“우리 영감께서 더운 날씨에 찬물 생각이 나셔서, 이 자리에 가득 찬 것들 중에서 그저 몇 알을 씹어서 침을 돋우려 하신 것이거늘, 이런 양심 없는 까까중놈아! 하늘에도 높은 하늘이 있고 물에도 깊은 물이 있거늘, 이 당나귀처럼 높낮이도 분간하지 못하고 얕은 것과 깊은 것도 측량할 줄 모르다니. 이런 무례한 놈! 이게 무슨 꼴이냐!”
춘택이 이렇게 꾸짖자, 중은 모자를 벗어 던졌다. 입가에는 흰 거품이 부풀어 오르고 어깻죽지를 기웃거리면서 까치걸음으로 앞까지 와서 맞대응했다.
“너희들 영감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하늘 높은 것은 너나 두려워하지, 나는 두려울 게 없다. 제 아무리 관운장(關雲長)의 영혼이 나타나시고 태세(太歲)께서 문에 들어오신다 해도, 나는 두려울 게 없어!”
춘택이 곧 그의 뺨을 한 대 치고 이어서 우리말로 심한 욕설을 계속 퍼부었다. 중이 그제야 손으로 뺨을 만지며 비틀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목청을 높여 소리 질러서 춘택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하였다. 춘택은 오히려 분을 이기지 못하여, 곧장 그 자리에서 싸워 죽이고 말 기세였다. 중 한 사람은 부엌문에 서서 웃음을 머금은 채 편을 들지도 않을 뿐 아니라 말리지도 않았다. 그러자 춘택은 다시 주먹을 들어 그 사람을 두들겨 엎으며 호통을 쳤다.
“우리 영감께서 이 일을 황제 폐하 앞에 여쭙는다면, 네놈의 대가리가 쪼개져 버릴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절을 소탕해서 깨끗이 평지로 만들겠지, 이놈.”
중은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면서 말했다.
“너희 영감은 공짜로 오미자를 훔쳐 먹었으면서, 또 네놈을 시켜서 사발만한 모진 주먹을 던지게 하니, 대체 이게 무슨 도리냐?”
이렇게 꾸짖기는 했지만 그의 기색은 조금씩 죽어 갔다. 그러자 춘택은 더욱 화를 내면서 소리 질렀다.
“공짜로 훔쳐 먹다니? 한 말이 되겠느냐, 한 되가 되겠느냐? 그까짓 눈꼽만큼 작은 한 알 때문에 우리 영감님의 높은 위신을 깎는단 말이냐? 황제 폐하께서 만일 이 일을 아신다면 너 같은 까까중놈의 머리통을 대번에 쪼개 버릴 거야. 우리 영감께서 이 일을 황제 폐하께 아뢸 것이다. 네 놈이 우리 영감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황제 폐하도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이냐?”
춘택이 이렇게 계속 폭언을 퍼붓자, 중이 기가 죽어서 다시 앙갚음의 말도 내지 못했다. 춘택은 또 쉴새 없이 욕지거리를 했는데, 허세를 부리면서 걸핏하면 황제 폐하를 팔아댔다. 아마 그때 황제 폐하의 두 귀는 퍽 간지러웠을 것이다. 춘택이 말끝마다 황제를 일컬으면서 허장성세를 부리는 꼴은 정말 사람을 포복절도하게 만들 만했다. 그 중은 정말 춘택을 두려워하여, 황제 폐하라는 말을 듣자마자 마치 우레 소리를 들은 듯 귀신을 본 듯 벌벌 떨 뿐이었다.
춘택이 벽돌 하나를 뽑아서 중에게 던지려 했다. 두 중은 별안간 웃음을 지으며 달아나 숨어 버렸다가, 곧 웃는 얼굴로 나와 산사(山楂) 두 개를 바치며 청심환을 요구한다. 그러고 보면, 중이 나에게 시비를 걸었던 것도 애당초 청심환을 얻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그의 마음씨를 따져 본다면, 실로 나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청심환 1알을 주었더니, 중은 머리를 무수히 조아렸다. 정말 염치도 없는 자였다. 산사는 살구처럼 굵기는 하지만, 몹시 시큼털털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옛 성인은 남의 물건을 사양하고 받으며 취하고 주는 것을 심히 삼갔다. 그래서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만일 옳은 일이 아니라면, 하찮은 지푸라기 하나라도 함부로 남에게 주어서는 안 되고 남에게 받아서도 안 된다.”
지푸라기 한 가닥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천하에 가장 작고 가벼운 물건이어서 만물에 포함시킬 가치조차 없는 존재이니, 어찌 이것을 가지고 사양하거나 받거나 얻거나 준다는 따위의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성인은 이 물건에 대해서조차 매우 심각하게 말씀하시면서 이 물건에 마치 커다란 염치와 의리가 있다고 하셨다.
나는 평소 그 말씀을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지금 이 오미자 2알 때문에 일어난 일을 체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성인께서 지푸라기 한 가닥으로 이끄신 말씀이 정말 과장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아! 성인께서 어찌 나를 속이셨겠는가? 오미자 2알은 정말 지푸라기 한 가닥과 같은 물건이지만, 저 흉악한 중들이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해서 횡역(橫逆)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다툼이 시작되고 주먹다짐까지 하게 되었다. 그들이 싸울 때에는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생사를 분간하지 못했으니, 이때 오미자 2알은 산더미처럼 쌓인 재화처럼 귀한 것이었다. 그러니 오미자 2알도 결코 천하에서 가장 가볍고 하찮은 물건으로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