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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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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을 관람하다
줄거리

유송령(劉松齡, August von Hallerstein)에게 자명종을 보자고 청했다. 그는 나에게만 올라가 보라고 허락을 해 갓을 벗고 누각 위에 올라갔다. 종은 바퀴가 큰 것은 수십 아름이나 되었으며, 그 옆에는 6개의 작은 종이 매달려 있었고, 각기 모두 추가 달려 있어 시각을 알리게끔 되어 있었다. 누각의 남쪽에는 철간(鐵竿)이 가로로 나와 있고, 그 밖에는 큰 둘레를 쳐서 시각을 두루 나누고 있었다. 철간 머리에는 물건을 두어 시각을 가리키게끔 하였다.

번역문

자명종(自鳴鐘)을 보자고 청하였다. 유송령(劉松齡, August von Hallerstein)의 안내로 뜰 남쪽에 도달하니, 거기에는 조그마한 누각이 있었다. 위에는 다락이 있었고, 다락 북쪽에는 철추가 아래로 드리어져 있는데, 무게는 수십 근 정도 되어 보였다. 기계바퀴가 맹렬히 돌면 쇳소리가 부딪쳐 나는 맑은 소리가 났으며, 큰 종이 매달려 있어서 종을 1번 치면 누각 안이 모두 진동하였다.
2길 됨직한 사다리가 있었으며, 그것을 통해 겨우 한 사람 정도 드나들 만한 통로가 있었다. 유송령이 나에게만 올라가 보라고 허락하였다. 나는 갓을 벗어 놓고 누각에 올라가 보았다. 그 제도가 매우 기이하고 웅장하여서 조그마한 종으로는 그것에 비견할 수가 없었다. 바퀴가 큰 것은 수십 아름이나 되었으며 그 옆에는 6개의 작은 종이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각기 모두 추가 구비되어 있어 시각을 알리게끔 되어 있었다. 누각의 남쪽에는 철간(鐵竿)이 가로로 나와 있고, 그 밖에는 큰 둘레를 쳐서 시각을 두루 나누고 있었다. 철간 머리에는 물건을 두어 시각을 가리키게끔 하였다. 대략 이와 같은 것들이었다.
아마 자명종은 원래 서양의 제도에서 나온 것으로서 근래에는 이미 온 세계에 두루 퍼졌을 것이다. 그 기계바퀴의 제도를 시대에 따라 늘이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니 상호간에 나름대로의 의의는 있겠으나 끝내 그것은 교묘한 서양의 것만은 못할 것이다.
시각과 날짜를 표시하는 종류에 있어서도 크기는 한 주먹에 차지 않았으며, 무게도 수량(銖兩)에 지나지 않았다. 심한 것은 새끼손가락 가운데 감출만한 것으로서 기계바퀴가 털이나 실만큼 가늘었지만 능히 때를 맞추어 종을 치는 것은 마치 귀신과 같았다. 다만 작은 것은 만들기도 힘들 뿐더러 고장이 나기도 쉬웠다. 그러므로 그 시각의 분초도 틀리지 않으면서 오래도록 고장이 나지 않기로는 큰 것일수록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