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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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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밥을 살펴보다
줄거리

밥그릇은 찻잔만하고 모양이 다르다. 대개 4~5명 혹은 6~7명이 함께 탁자 한 군데에 둘러앉아 먹는다. 사람마다 밥그릇과 찻잔을 1개씩 마련해놓고, 그 뒤에 사발을 가져다 밤을 담아준 뒤 끓인 국과 구운 고기를 내온다. 밥쌀은 다 산도노미(山稻老米)인데 기름기가 없고 거칠어서 먹기가 어려웠다. 노미라는 것은 곧 노미(米)인데 물에서 건져낸 쌀을 말한다고 한다. 북경 이외의 음식점에서는 안주와 반찬의 경우 돼지고기만을 쓴다고 한다. 봉성에 당도했을 때 곧바로 음식점으로 들어갔는데 지배인이 “조선 사람이여! 무엇을 드릴까요?”하고 물었다. 그래서 나 또한 농담으로 “지배인[掌櫃的]! 좋은 걸로 골라서 가져오게.”했다. 그랬더니 호로(胡盧)라는 탕면 한 그릇을 가져왔다.

번역문

밥그릇은 크기가 찻잔만 하였는데 모양이 조금 다르다. 대개 4〜5명 혹은 6〜7명이 함께 탁자 1군데에 둘러앉아 먹는다. 우선 나물과 장 같은 것을 놓고 사람마다 밥그릇과 찻잔을 1개씩 마련해 놓는다. 그 뒤에 사발을 가져다 밥을 담아 주고 그 다음에 끓인 국과 구운 고기를 내온다. 밥ㆍ차ㆍ국ㆍ고기는 먹는 만큼 갖다 주는데, 많이 먹는 사람은 8〜9개의 사발까지 먹는다. 이를 잘 헤아려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통 먹는 양보다 2배를 먹는 셈이다.
밥쌀은 다 산도노미(山稻老米)인데 기름기가 없고 거칠어서 먹기가 어려웠다. 관동(關東)에는 밥쌀이 소미(小米)촉서(蜀黍)뿐이니, 노미 조차도 역시 얻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사절단들이 갈 때마다 마른 쌀자루 수백 포를 준비해 갔기 때문에 일행 중 주방에서 기식하는 자들은 모두 우리나라 쌀을 먹었지만 그 밖에 역관 이하의 사람들은 모두 노미를 먹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노미란 것은 곧 노미(米)인데 물에서 건져낸 쌀을 말한다.”
대체로 창고에다 쌀을 쌓아두는 사람들은 반드시 쌀을 물에 넣어두었다가 건져내어 말린 다음에 이것을 저장하는데, 이렇게 하면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은 이런 방법을 사용하여 해마다 묵은 것을 내어놓고 새것을 저장해 둔다고 한다. 그러므로 민간에서 먹고 있는 식량은 전부가 이런 묵고 나쁜 쌀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었다.
북경 이외의 음식점에서는 안주와 반찬의 경우 돼지고기만을 쓴다고 한다. 탕과 국은 호로분탕(胡盧粉湯) 같은 것이 있었고 일상 먹는 음식엔 거기에 파와 마늘 같은 것을 섞는다고 한다. 갑자기 맛을 보면 맛이 이상하고 매워서 비위를 거스르며 구역질나서 먹지 못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날씨가 스산한 새벽 눈보라가 칠 때는 이것이 아니고는 추위를 이겨내지 못한다고 한다.
봉성(鳳城)에 당도했을 때였다. 곧바로 음식점으로 들어갔는데, 음식점 안은 10여 칸쯤 되고 의자와 탁자가 죽 늘어져 놓여있었는데 100명은 앉을 수가 있었다. 한쪽 모퉁이에 종업원 아이들 20여 명이 솥과 도마, 그리고 칼들을 닦고 있다가 일제히 말하였다.
“조선 사람이여! 무엇을 드릴까요?”
나 또한 농담으로 답하였다.
“지배인[掌櫃的]! 좋은 걸로 골라서 가져오게.”
그랬더니 곧 호로(胡盧) 한 그릇을 가져왔다. 호로라는 것은 탕면(湯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