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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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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을 열어주지 않다
줄거리

아침 식사를 한 뒤에야 봉황성 성장인 보정(普政)이 비로서 왔다. 보정은 같은 종친이었는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통역관이 따졌는데 자신이 문을 열어주면 반드시 책문 안에서 자야 한다며 오늘 반드시 봉황성까지 갈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는 우리를 마음대로 조종하자는 수작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상사가 청나라 말을 하는 통역관인 이혜적에게 곤장을 가하자 잠시 후 문을 열어주었다. 일행이 책문 안으로 들어가니 군사가 또 길을 가로막았다. 상사가 가마를 세우고 의주 소통사 안숙과 상통사 장잠의 우두머리 마부들에게 곤장을 가하자 그제야 비로서 군사들이 물러갔다. 안숙이 매우 간사하고 교활하여 중간에서 농간을 부렸던 것이었다. 안숙에게 곤장을 치고 나니 일행이 모두 통쾌하다고 생각하였다.

번역문

비가 내렸다.
오후 4시 이후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 마치 가을날과도 같았다. 30리를 가 봉황성(鳳凰城)에서 유숙하였다.
책문(柵門) 북쪽 나무 아래에서 우두머리 마부들이 장경(章京)의 군사에게 예물로 종이부채를 나누어 주었다.
아침 식사를 한 뒤에야 봉황성 성장인 보정(普政)이 비로소 왔다. 보정은 같은 종친이었다. 그런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통역관이 따졌는데 보정이 말하였다.
“내가 문을 열어주면 반드시 책문 안에서 자야 한다. 오늘 반드시 봉황성(鳳皇城)까지 가야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마 이는 우리를 마음대로 조종하자는 수작이었을 것이다. 상사(上使)가 청나라 말을 하는 통역관인 이혜적(李惠迪)에게 곤장을 가하자 잠시 뒤에 문을 열어 주었다. 일행이 책문 안으로 들어가니 군사가 또 길을 가로막았다. 상사가 가마를 세우고 의주(義州) 소통사(小通事) 안숙(安淑)과 상통사(上通事) 장잠(張潛)의 우두머리 마부들에게 곤장을 가하자 군사들이 비로소 물러갔다.
안숙이 매우 간사하고 교활해서 중간에서 농간을 부렸던 것이다. 안숙 같은 자는 1명이라도 없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많이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안숙에게 곤장을 치고 나니 일행이 모두 통쾌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여기저기서 수군대면서 아쉬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