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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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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죄인들을 보다
줄거리

바람이 차 더이상 갈 수 없어 머물렀다. 옆 캉에 주인의 식구가 있었는데, 계집마다 목소리가 다 꾀꼬리같아서 목소리를 들을 때는 매우 예쁠 것이라 생각했으나 막상 얼굴을 보니 생김새가 흉악하고 행동이 더러워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식사를 막 끝냈는데 주인 집 대문 밖에서 쇠사슬로 목과 발을 채운 여러 명이 한 걸음 한 걸음을 겨우 옮겨 놓으며 들어오려고 주인과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그들은 중죄인으로 함부로 풀어놓을 수가 없어서 저렇게 하고 있는데 오늘은 추위가 아주 심해 민가의 캉에 의지하려고 하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집에 들어왔다 죽기라도 하면 집에 들여놓은 사람이 살인죄를 뒤집어쓰기 때문에 백성들은 저들을 집에 들여놓지 않는다고 하였다.

번역문

눈은 조금 그쳤으나 바람은 더욱 강해졌다. 너무 추위서 캉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앉아도 떨리기만 한다. 쌍양점(雙陽店) 마을 전체가 집집마다 문을 닫아서 계집애조차도 꿈적거리는 일이 없었으며 길에 나 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혹 지나가는 사람이 추위를 견디지 못하여 가게의 문을 열어 달라 해도 주인은 문을 닫고서 들어오게 하지 않으니, 대개 길에서 얼어 죽기 쉬웠다. 이렇게 서로 미루기만 하고 가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니, 이런 날 길에 다니다가 죽는 자가 많다고 한다. 우리 세 사신이 상의한 끝에 이 참(站)에서 머물렀다. 대개 병든 자가 많아서 이 바람과 추위를 무릅쓰고 고생하며 여행하다가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염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길을 떠나지 못하고 캉 안에 앉아만 있으니 객지에서의 쓸쓸함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기만 하였다. 차라리 길을 가는 것만 못하였다.
옆 캉에는 주인의 식구들이 있었다. 가끔씩 여자 아이의 소리가 나는데 소리가 맑고 가늘어 말투가 분명하였기 때문에, 내가 비록 중국어를 모르지만 마디마다 알아들을 수 있는 구절이 있었다. 또 어른과 아이가 서로 대답하는 소리도 분명하였다. 이렇게 무식한 계집과 생각 없는 어린 것들도 하는 말 중에는 신기한 단어들이 많으니 중국어가 우수하다는 점을 알 만하다. 계집마다 목소리가 다 꾀꼬리 소리 같아서 목소리를 들을 때는 계집의 얼굴이 매우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얼굴을 보니 생김새가 흉악하고 행동이 더럽기만 해서 이따금 스스로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식사를 막 끝냈는데 주인 집 대문 밖에서 여러 사람이 지껄이는 소리가 났다. 주인과 하인이 급히 나가서 문을 막고 들여보내지 아니하였다. 문틈으로 엿보니 온통 쇠사슬로 목과 발을 채운 여러 명이 한 걸음 한 걸음을 겨우 옮겨 놓으면서 소리를 지르며 들어오려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저들은 누구며 왜 저렇게 쇠사슬을 차고 있습니까?”
주인이 대답하였다.
“저놈들은 모두 중죄인들입니다. 함부로 풀어 놓을 수가 없어서 저렇게 하는 것입니다. 형벌을 조금 덜어서 나다니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기한이 차면 때로 귀양을 보내기도 하며 때로 놓아주기도 합니다. 저런 모양으로 있을 때에 시골 마을을 다니며 음식을 빌어먹으면서 목숨을 보전하지요. 오늘은 추위가 아주 심해서 민가의 캉에 의지하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집에 들어왔다가 죽기라도 하면 집에 들여놓은 사람이 짐짓 죽였다하여 살인죄를 뒤집어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백성이 다 저들을 집에 들이지 않습니다.”
해가 지니 마을 사람이 서로 모여서 쇠북을 치면서 길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대개 서로 불을 예방하려고 그런 것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