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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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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화도를 보여주는 수재를 꾸짖다
줄거리

어떤 사람이 찾아와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은 수재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그는 그림을 보자기에 싸서 하인에게 잘 품고 있게 하였는데, 하인이 보자기를 막 펴려고 할 때 병사가 들어오자 그는 몹시 깜짝 놀라며 그림을 다시 말아서 가슴에 품었다. 마침 서장관이 왔기에 문을 닫고 보자기에 싸인 그림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그가 그림 두루마리를 하나 내놓았는데 서장관이 집어서 펴보니 춘화도였다. 그 사람에게 "당신은 수재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성인의 도를 공부하는 제자로서 어떻게 춘화도를 소매에 감추고 와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오?"하고 묻자 그는 얼굴이 빨개져서 그림을 거두어 달아나버렸다.

번역문

어떤 사람이 임량(林良)이 그린 「노안(蘆雁)」과 구십주(仇十洲)가 그린 「춘유도리원도(春遊桃李園圖)」를 가지고 왔다. 「노안」은 진품 같았고 요구하는 값도 비쌌다. 박동화(朴東和)가 여산군(礪山君)이 작년에 이 그림을 보고 돌아와서 자기에게 사다 달라고 부탁하였다고 했다.
또 한 사람은 흰 비단에 학을 수놓은 그림 한 폭을 가지고 왔다. 어느 여자가 만든 것이라고 했는데, 작품이 매우 정묘했다. 그 사람은 화조첩(花鳥帖)도 하나를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 사람의 작품이었지만 채색은 상당히 훌륭했다. 이 그림들을 어디서 났느냐고 묻자, 그 사람은 자기 주인이 지금 북경에서 관리로 있는데 남방 사람이 주인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사람은 수재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그는 그림을 보자기에 싸서 하인에게 잘 품고 있게 하였다. 하인이 보자기를 막 펴려고 할 때 병사가 들어오자 그는 몹시 깜짝 놀라며 그림을 다시 말아서 가슴에 품었다. 마침 서장관이 왔기에 문을 닫고 보자기에 싸인 그림들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그가 그림 두루마리를 하나 내놓았다. 서장관이 집어서 펴보니, 첫머리에는 한 소년과 미녀가 마주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또 소년과 미녀가 그려져 있었는데, 몸을 가까이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서장관이 다시 그 아래를 보려고 했다. 내가 웃으면서 “춘화도인 것 같소.”라고 말하자, 서장관도 웃으면서 손을 멈추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당신은 수재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성인의 도를 공부하는 제자로서 어떻게 춘화도를 소매에 감추고 와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오?”
그는 이 말을 듣자 얼굴이 빨개져서 그림을 거두어 달아나 버렸다. 우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