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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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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대를 찾아가다
줄거리

관상대는 성 동남 모퉁이에 있다. 유송령이 말하길 황상의 금지구역으로 사람이 가까이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전에 우리나라 사람이 감관에게 뇌물을 주고 구경을 했다 발각이 되어 그 사람이 파면을 당한 일이 있어 그 뒤로 사람을 더욱 엄격히 금했다. 관상대는 성을 의지하고 있어 중금(中禁)을 엿볼 수가 있고, 또 의기들이 대부분 임금이 만든 것으로 사람을 금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 위에서 한 사람이 굽어보기에 그에게 한번 보여달라고 했으나 그는 목을 그어보이며 올라오면 죄가 사형이라 말했다. 나는 말에서 내려 문지기를 보고 읍을 하며 들어가기를 청했다. 그는 원래 금지구역이라 들어올 수 없지만 지금은 이른 아침이라 상관이 오지 않았으니 잠시 들어오라고 했다. 대 위에는 강희제 이후 만든 것들로 육의가 있었는데, 천체의(天體儀)ㆍ적도의(赤道儀)ㆍ황도의(黃道儀)ㆍ지평경의(地平經儀)ㆍ지평위의(地平緯儀)ㆍ기한의(紀限儀) 등이었다. 좀 보고 있으니 문지기가 빨리 나가라고 하는 통에 정신없이 나와 버렸다.

번역문

관상대는 성 동남 모퉁이에 있다. 흠천감(欽天監)의 관할 아래 있으며, 의기들로 천체를 관찰하는 곳이다. 관상대는 유송령(劉松齡)이 일찍이 말하였다.
“황상의 금지구역으로 사람이 가까이 할 수 없다.”
통역들 역시 말하였다.
“이전에 우리나라 사람이 감관(監官)에게 뇌물을 주고 올라가 구경을 하고 왔는데, 그 뒤 일이 발각이 나서 파면을 당한 일이 있어 그 뒤로 사람을 금하는 것이 더욱 엄해졌다.”
들리는 말은 다음과 같다.
“성에 오르면 사형에 처한다는 법률이 있다.”
관상대는 성을 의지하고 있어 중금(中禁)을 엿볼 수가 있고 또 위에 있는 의기들이 대부분 임금이 만든 것으로 국가의 귀중한 그릇들이므로 사람을 함부로 들여보내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3월 귀국할 때 길을 돌아 대 밑으로 갔다.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데 멀리 10여 개의 의기가 돌난간 안으로 죽 벌여져 있는 걸 바라보니 이상한 모양과 제도들이 기이한 빛들을 반사하고 있었다. 곧장 훌쩍 날아오르고 싶었지만 도리가 없다. 대 위에서 한 사람이 난간을 의지하고 굽어보기에 나는 말을 세워 쳐다보며 이야기를 걸고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한 다음 한번 보여 달라고 하였다. 그는 고개를 저었고 손바닥을 펴서 목을 그어 보이며 말하였다.
“올라올 수 없다. 죄가 사형이다.”
대 아래 공청이 있었는데 문이며 담이 몹시 깊고 높다. 흠천감의 관리인[分司]인 듯싶다. 나는 말에서 내려 문지기를 보고 읍을 하며 들어가기를 청하였다.
그가 말하였다.
“사(司)는 금지구역이라 들어올 수 없지만, 다만 지금은 이른 아침이라 상관이 오지 않았으니 잠시 들어오되 오래는 있을 수 없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청사 서쪽으로 2〜3자 높이 평대가 있었는데 사방이 각각 수십 보쯤 되어 보였다. 동쪽으로 혼천의(渾天儀)와 혼상(渾象)이 있고, 서쪽으로 간의(簡儀)가 있었는데 모두 청동으로 만들었다. 하나의 크기가 대여섯 뼘쯤 되고 둘레로 돌난간을 세워 두었다. 간의의 제작은 매우 복잡해서 창졸간에 제대로 다 살펴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혼의(渾儀)만은 송나라 제도로서 『서경집전(書經集傳)』에 실려 있는 그대로였다. 명나라 정통(正統, 1436〜1449) 연간에 만든 것으로 비록 버려두고 쓰지는 않지만, 쌍환(雙環)ㆍ수준(水準)ㆍ수직(垂直)ㆍ직거(直距)등 여러 가지 방법만은 대조해 볼 수 있었다. 북쪽에 구리궤[銅櫃]가 있는데 기계 돌리는 물을 담아 두는 것인 듯싶지만, 산실(散失)되어 잘 알 수가 없었다.
대 위에 있는 모든 기계들은 다 강희(康熙, 1662〜1722) 이후에 만든 것들로 육의(六儀)가 있었는데, 천체의(天體儀)ㆍ적도의(赤道儀)ㆍ황도의(黃道儀)ㆍ지평경의(地平經儀)ㆍ지평위의(地平緯儀)ㆍ기한의(紀限儀) 등이었다. 모두 서양법이 동으로 건너온 뒤에 생긴 것으로, 곽수경(郭守敬)의 구제에 비해 훨씬 정밀하게 되어 있다. 최근 육의의 번거로움을 피해 새로 하나로서 6가지를 겸해 쓸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기계가 너무 복잡해서 역시 육의를 각각 쓰는 것만큼 간편하질 못하다고 한다. 문지기가 빨리 나가라고 하는 통에 정신없이 나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