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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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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
줄거리

주방에 불이 났는데, 통관들과 갑군은 불을 보고만 있지 감히 끌 엄두를 못냈으나, 역졸들이 지붕위로 올라가 기와를 걷어내고 물을 부어 불을 껐다. 이에 한 역관이 말하길, 중국인들은 불을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한다고 하였다. 이에 농담으로 북벌 시 화공을 하면 쉽게 이기 않겠는가 했더니, 물차가 있어 금새 불을 끌 수 있다고 다른 역관이 말하였다. 중국인들은 불을 엄히 단속하여 햇불을 쓰는 일도 없고, 집도 대부분 기와집으로 지었다. 만일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와 같이 초가로 만든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에서 햇불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을 본다면 잠시도 살지 못할 것이다.

번역문

주방에서 언젠가 불이 났었다. 통관들과 갑군들이 달려왔으나 새파랗게 질린 채로 모두 둘러서서 보고만 있었지 감히 불을 끌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역졸들이 몸을 날려 지붕 위로 올라가서 기와를 걷어내고서 그리로 물을 들어부으니 얼마 안 가서 불이 꺼졌다.
역관들이 말하였다.
“중국 사람들은 불을 호랑이보다도 더 무서워하여 한 집에 불이 나면 옆집을 헐어내어 불이 더 번지지 못하도록 할 뿐이니, 그만큼 어리석다.”
그래서 농담으로 말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조만간 북벌을 할 경우, 만일 불로 공격을 한다면 천하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평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 역관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언젠가 정양문 문루에 불이 난 것을 보았는데, 10여 대의 물차를 준비시켜 놓고 비가 쏟아지듯이 물을 뿌려 대니 잠깐 사이에 불이 꺼지더군요. 이런 교묘한 기계가 있는데 불 공격을 어찌 겁내겠습니까?”
중국 사람들의 풍속은 불단속이 몹시 엄격하였다. 그래서 관청에서나 개인 집에서나 모두 초롱불을 사용하지 횃불을 쓰는 법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밤길을 다닐 때, 혹 섶을 묶어 불을 붙이면 반드시 크게 놀라며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가옥이 대부분 기와집이었고 초가집은 드물었다. 그리고 비록 초가집이라 하더라도 처마가 높고 뒷마루가 넓으며 칸이 널찍널찍하여 불이 쉽게 번질 염려가 없었다. 그런데도 불조심을 이와 같이 하니, 만일 우리나라 사람처럼 다닥다닥 붙은 초막 사이로 횃불을 들고 거침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본다면 반드시 잠시도 감히 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