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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조각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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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우리를 보다
줄거리

원명원에서 남쪽으로 몇 리를 가면 그곳에 호랑이 우리가 있다. 처음 이곳에 이르자 지키는 사람이 핑계를 대며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몇 자루의 부채를 주며 사정을 하니 그제야 허락을 했다. 층계로 올라가 동쪽 두 우리를 보니 범이 각각 쭈그리고 엎드려서 조심스럽게 똑바로 바라볼 뿐 별로 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몇 사람과 손가락질을 하며 신기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난데없는 천둥소리가 나며 담과 집이 온통 흔들렸다. 모두 정신을 잃고 말았다. 호랑이가 사람들을 쳐다보며 으르렁 거렸다. 따라온 사람이 말하길 이 호랑이는 우리에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길들이지를 못해 사람만 보면 이처럼 놀라고 화를 내는 통에 병이 날 염려가 있다고 하곤 도르래를 돌려 갑문을 끌어올렸다. 범은 갑분이 열리는 걸 보더니 훌쩍 뛰어 들어갔는데 번개와 같았다. 지키는 사람에게 간청해 다시 갑문을 열고 호랑이를 내오도록 했는데 호랑이는 궤 속에 숨어 엎드려 다시 나오지 않았다. 지키는 사람에게 돈을 한 꿰미를 주고 개고기를 문 앞에 던져주며 꼬여도 끝내 나오지 않았다. 한 사람이 못되게도 지팡이를 창틈으로 넣어 쿡쿡 찌르니 호랑이는 다시 큰 소리를 지르며 몸을 튕겼다. 궤 전체가 마구 흔들리며 금방 부서질 것만 같으므로 일행은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오고 말았다.

번역문

전에 외사(外史)를 보면, 진시황이 주해(朱亥)를 호랑이 우리에 넣어도 범이 감히 물지 못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호랑이 우리는 진(秦) 나라 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역대로 내려오며 그런 잘못된 일들을 본떠온 것은 실상 유익이 없는 그릇된 정치였다. 덕으로 기르지 못할 것이 없고, 힘으로 이기지 못할 것이 없고, 위엄으로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 없었으니, 그때 임금들의 기품을 알 수 있다.
원명원(圓明園)에서 남쪽으로 몇 리를 가면 그곳에 호랑이 우리가 있다. 4길 높이의 벽돌담이 동서로 30보이고 남북으로 10여 보쯤 된다. 그 안을 넷으로 나눠 가로 3담을 쌓아서 막아 두었다. 이 4개의 우리는 각각 남북이 10보이고 동서가 5〜6보이며 담의 두께가 10자 남짓 된다.
북쪽으로 각각 돌문이 나 있는데 쇠로 갑문을 만들어 위로 길게 구멍을 통해 놓았다. 그리고 갑문이 오르내릴 수 있게 한 다음 담 위로 도르래를 만들어 이를 잡아끌어 올리도록 하였다. 담 북쪽에 나무로 만든 함을 만들어 3면으로 나무 창문을 내서 남쪽으로 통하게 하였다. 좌우로 빗장을 걸어 자물쇠를 꽉 채우고 안은 풀을 깔아 범의 방을 만들었다. 우리 위에는 들보를 담 위로 4개를 걸쳐 놓으니 그 크기가 한아름이었고 다시 작은 들보를 걸친 다음 철망을 덮어씌워 두었다. 담 위로 기둥을 세우고 큰 집을 만들어 전체를 덮고 동쪽으로 수십 개의 계단을 만들어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해 두었다.
어떤 사람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함정을 만들어 범을 산 채로 잡아 나무로 만든 함에 넣어서 문을 채운 다음 수레에 싣고 와서 궤짝을 우리 문에다 붙여 위에 말한 대로 채워둔다고 한다. 그 중 성질이 사나와 길을 들일 수 없는 놈은 황제가 직접 활을 쏘아 죽이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범을 나무궤 안으로 몰아넣고 수레에 싣고 대궐로 갈 때를 보면, 양이나 개 몰고 가듯 한다고 한다. 비록 그것이 정당한 길은 아니지만 족히 큰 나라의 역량을 알 수 있다.
처음 이곳에 이르자 이곳을 지키는 사람이 핑계를 대며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몇 자루의 부채를 주며 사정을 하니 그제야 허락을 하였다. 문안에 10여 칸의 행랑이 있고 그곳에 6〜7개의 나무궤짝이 있었다. 이는 모두 곰과 범의 새끼를 가둔 것이었다. 살짝 가서 구경을 하니 작은 곰 3마리가 한 궤 안에 들어 있었다. 사람을 보고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며 창틈으로 앞발을 내밀어 사람의 옷을 잡아당기며 장난치듯 하였다.
한 궤짝에는 개만한 작은 표범이 있었는데 사람을 보자 수염을 세우며 으르렁 거렸다. 소리나 모양이 무서워 벌써 새끼 곰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층계로 올라가 동쪽 두 우리를 보니 범이 각각 쭈그리고 엎드려서 조심스럽게 똑바로 바라볼 뿐 별로 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몇 사람과 손가락질을 하며 신기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난데없는 천둥소리가 나며 담과 집이 온통 흔들렸다. 모두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 사람이 서쪽 우리의 범이 사람을 보고 소리를 지른다고 하였다. 급히 그리로 가서 보니 과연 큰 범 한 마리가 있었다. 비단 무늬의 얼룩이 찬란한 놈이 머리에서 엉덩이까지가 한 길이 넘었다. 배를 땅에다 붙이고 앞발은 버티고 뒷발은 웅크린 채 눈을 치뜨고 수염을 일으켜 세우며 피항아리 같은 입을 벌리고 꼬리를 장대처럼 곤두세워 흔들흔들 바람을 일으켰다. 사람을 쳐다보며 으르렁거릴 때면 겨드랑 밑이 바람주머니처럼 나왔다 들어갔다 하였다. 일행 중 마음 약한 사람들은 모두 무서워 가까이 가지를 못하였다. 담 높이가 5길이나 되고 위를 철망으로 덮어 튀어나올 염려가 없으므로 옆에 가 희롱하기를 독 속에 있는 자라 다루듯 하였다.
어느 곳엔들 범이 없고 그 누가 범을 보지 못했을 것인가? 단지 이 우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처럼 이야기를 나눠가며 웃고 구경할 수 있겠는가? 문득 보니, 가로놓인 들보 한쪽이 새로 떨어져 나온 자국이 있고 나뭇조각 하나가 범 옆에 떨어져 있는데, 크기가 팔뚝만이나 하였다. 따라온 사람이 말하였다.
“처음 여러 사람이 높은 소리로 꾸짖으며 손을 휘둘러 때리는 시늉을 하였습니다. 범이 사람을 물려고 뛰어올랐는데, 철조망에 걸려 뜻대로 안 되자 분을 못 이겨 들보를 잡아 뜯고 내려왔습니다.”
조금 전에 크게 소리 지를 그때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시 크게 호령을 하며 약을 올리도록 시켰다. 우리를 지키는 사람이 와서 말하였다.
“이 짐승은 우리에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길들이지를 못해 사람만 보면 이처럼 놀라고 화를 내는 통에 병이 날 염려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도르래를 돌려 갑문을 끌어올렸다.
범은 갑문이 열리는 걸 보더니 훌쩍 뛰어 들어갔는데 번개와 같았다. 지키는 사람은 갑문을 내리고 철망 한쪽을 열더니 긴 사다리를 세우고 내려가 똥오줌을 쓸어내고 나왔다. 사람을 시켜 그에게 간청해서 다시 갑문을 열고 범을 내오도록 했는데도 범은 궤 속에 숨어 엎드려 다시 나오지 않았다. 지키는 사람에게 돈을 한 꿰미를 주고 개고기를 문 앞에 던져주며 꼬여도 끝내 나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층계를 내려와 뒷문으로 해서 궤 옆으로 가서 구경을 하였다. 한 사람이 못되게도 지팡이를 창틈으로 넣어 쿡쿡 찌르니 범은 다시 큰 소리를 지르며 몸을 튕겼다. 궤 전체가 마구 흔들리며 금방 부서질 것만 같으므로 일행은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오고 말았다.